Artworks /1366 프로젝트(2003~2007)
 
작가노트
1366 프로젝트

Ⅰ


--1366은 여성 폭력에 대해 24시간 전화 상담을 하는 긴급 전화번호이다.
여성 폭력 긴급전화는 1983년 아내 구타 문제를 전화로 상담하기 시작했다. 또한 1366은 사회 경제적 약자로 아내는 물론, 자녀, 노인 등이 (폭력) 피해 대상이 되며 그 피해는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것의 구체적인 예로 심각한 가정폭력이 있다.
가정폭력의 사회적 대책으로 1998년 7월 가정폭력 특례법이 시행되었는데 이같은 움직임은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범죄행위로 취급될 정도로 심각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이것을 경험하지 못한 가정, 또는 겪었거나 지금 현재 처해 있는 가정일지라도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미 부당한 상황에 오랜 시간을 지내다보니 이미 피해자들은 길들여져 있어서 문제제기에 그 어떤 대처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긴급히 요구되는 것은 가정 폭력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잘못된 통념을 하루속히 시정해야만 한다는 것을 본인은 알게 되었다. 이것을 시정하려면 제일 먼저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본인의 전시를 계기로 관람객이나 주변인들에게 가정 폭력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자 1366 프로젝트 전시를 계획하였다.


Ⅱ


--1366 프로젝트는 남편에게 매맞은 여성의 몸을 찍은 사진을 사용하였다. 사실 이 사진들은 매맞은 여성들이 이혼을 할 때, 가정 폭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증거로서 혹은 자료로서 사용하던 사진들이다. 본인은 ‘여성의 전화’ 단체 도움으로 이러한 사진들을 받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것을 가지고 전시를 계획할 수 있었다.
본인은 먼저 이 사진들을 스캔을 한 다음, 포토샵에서 확대 작업을 하였다. 확대된 이미지는 남편에게 매맞은 여성의 몸 중에서 멍든 부분 또는 상처이다. 그 중에서도 지극히 작은 부분(예를 들어 0.3cm×0.3cm)만 선택하여 100cm×100cm 정도로 크게 확대하였다. 그 결과는 아픈 내용을 담고 있었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사진들은 내용과는 달리 표면적으로는 영롱한 색깔을 띤 추상적 ‘회화사진’이 되었다. 색깔은 보라, 핑크에서부터 노란색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색으로 나타났다.

본인은 의도적으로 작은 부분을 크게 확대한 다음, 구성을 ‘색면추상’ 형식으로 이끌어 갔다. 왜냐하면 회화에 있어서 색면 추상은 관람객들에게 구상에 비해서 많은 상상력, 호기심, 지성,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색면추상으로 보이는 이 사진은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면에서 색면추상 형식은 반어법으로 보이게 되었다. 남편에게 구타당해 피멍들거나 상처가 난 여성의 몸을 관람객에게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제시된 이미지와 그 이미지의 내용이 전혀 다르게 함으로써, 즉 반어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이 1366 프로젝트는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반어법에 의한 강한 충격을 거쳐 결국에는 공감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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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및 리뷰

< 1366 프로젝트 >


--노승복의 <1366 프로젝트> 사진작업은 핑크색에서 보라색까지의 아름다운 추상적 색면과 그 중 한 픽셀을 같은 크기로 확대한 사진으로 구성되었다. 정사각형 크기로 된 두 개의 사진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색면 추상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한참 들여다보면 처음 접한 순간보다는 차분하면서 차가운 느낌이 든다.

경쾌한 시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추상 회화적 사진이라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노승복의 <1366 프로젝트> 작업은 남편에게 매맞은 여성의 이미지의 부분으로 작업한 것이다. 1366이라는 숫자는 매맞는 여성을 위해 24시간 열려 있는 ‘여성폭력 긴급 전화번호’로서 위급한 상황을 신고하는 곳이다. 노승복은 매맞아 멍든 여성의 신체 이미지 자료를 받아, 포토샵에서 다시 확대작업 하였다. 여성 신체의 기호적 의미인 약하며 보호받아야 할 부분, 모성적 이미지, 사랑이라는 것과 폭력이 함께 존재한 핑크 톤의 색채작업은 현상학적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가려진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핑크 빛이라는 상징에서 아름답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청순하고, 열정적인, 달콤한 느낌들은 아이러니하게 폭력, 상처, 다툼, 죽음이라는 실제적 위급한 상황에서 탄생된 것들이다.

그의 사진은 우리 눈에 보여지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들 그 내면에 전혀 다른 상반된 것들이 숨어있는 복잡한 사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어둡고 상처가 되는 부분을 가장 시적이며 아름다운 화면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근원적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음악과 예술의 신들을 보호하는 페가수스가 아테네의 질투에 의해 무서운 응징의 결과로 괴물이 되어 제우스 아들 페리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메두사의 흘린 피에서 탄생된 것과도 같은 의미다.

노승복은 사회적 언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예술의 언어로 승화시켰다. 예술의 사회적 참여와 사실적 표현이라는 장르보다는 노승복은 가장 추상적이며 시적인 예술의 근원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 동안의 미술사는 언어와 개념으로 무장된 이미지 안에 얼마나 더 자극적이며 설명적이고 파괴적인가에 더 치중해 왔다. 예술로서 사회를 치유하기보다는 사회고발, 금기에 대한 해체, 역사적 비판이라는 네거티브한 부분이 더욱 강조되었다. 그는 현실의 상처와 예술적 표현의 상처에서 더욱 만신창이가 된 우리들에게 성스러운 예술의 본질을 찾게 해 준다. 폭력과 희생, 사회 고발적 주제를 기존 사실적 기법의 사진 표현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은유적 방법으로 표현하여 사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한다.

핑크 색에서 암시되는 생명력이 넘치는 의미 뒤에는 위험과 폭력 심지어 죽음의 수위가 내포되어 있다. 어두움과 파괴, 죽음 위에 생명이 있고 또 절망 가운데 희망이라는 은유 위에 또 은유가 쌓여 있다. 이것은 존재론과도 연결된다. 현실과 절망, 죽음 가운데 이상과 희망, 생명이 존재하는 커다란 원 안에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노승복은 순간의 증거라는 사진매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컴퓨터 작업을 통해 우리의 눈으로는 보여지지 않은 상처의 깊이라는 현상의 확대와 시간성을 회화적 화면 구성으로 표현한다. 이 보여지는 화면 안에는 마찬가지로 존재들의 관계가 대입되어 있다. 그것은 인간사회에서 생겨나는 인간관계의 현상을 물질화시킨 것이며 희생된 제물처럼 예술의 성스러움의 역할을 다시 부여한다. 노승복은 이 <1366 프로젝트>를 통해 폭력, 위험, 죽음의 곁에서 희망과 생명을 찾게되며, 아름다움과 성스러움 뒤에는 이런 것들의 희생이 존재하는 예술의 근원적 목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미진(조형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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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내 그리고 인권>

--여성에 대한 폭력의 대표적인, 그리고 가장 만연한 것이 가정 내에서의 남편에 의한 아내에 대한 폭력일 것이다. 여성이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충실함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것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폭력의 피해자들이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또한 아내이고, 어머니라는 이유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이미 피해자이고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도리, 즉 자녀를 돌보고,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는 역할을 놓지 못하고 자신들이 그 가정의 구원자로서 삶을 지탱하고 있다. 결코 자신이 구원자가 될 수 없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지만 그 동안 일어나는 폭력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타율적인 삶에서 그녀에게 남는 것은 몸과 마음의 상처와 생존에의 본능이다.
전자에 침몰할 것이냐, 전자를 보듬고 후자를 택해 나올 것이냐. 많은 여성들이 ‘여성의 전화’에 와서 후자를 택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게 되었다.
그녀들이 남기고 간 아픈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20년의 세월이 되었다. 그 시간은 빛이 바랠 수도 있는 세월이건만 여전히 그러한 아픔들은 반복되고 반복된다.
여성의 전화의 스무 해는 아내 폭력이 가정 내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고 여성을 사회적 개인으로 보게 하는데 기여한 세월이었다.

가슴 아픈 삶들이 여기 있다. 나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 그리고 나....
그냥 참고 지내면 모두가 좋을 것 같아 아픈 마음, 아픈 몸을 여미고 살아온 날들이었다.
두려움 가득 가슴에 담고 인생을 사노라면 그렇게 세월은 가지만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살갗 속에 비치는 투명한 아픔들이 멍이 되어 핏빛으로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세상이 바라는 여자이기 위해 항상 조심스럽게 엄마에, 아내이고자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이미 내게서 떠났고, 권위와 폭력으로 위장된 그들 자신의 허약함으로 내 몸을 재단한다.
세상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맞고 살았냐고, 맞을 짓을 하지 않았냐고....
내 몸과 마음은 바보같이 산 것 같아 원통해지고, 맞을 짓을 한 것 같아 무기력해진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희망 없는 나락으로 끝없이 추락하다가 추락의 어느 지점에서 “너는 누구인가”, “너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소리가 섬광처럼 나의 귓가에 스쳐 지나간다.

나의 행복은 나만이 지킬 수 있고, 내가 행복해야 다른 이들의 행복도 지켜질 수 있다는 엄청나고도 무서운 진리를 깨닫는다.

두렵지만 기쁜 마음으로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보듬고 일어선다.
빛나는 내 마음을 통하여 나의 몸은 영롱함으로 빛을 발한다.



황경숙(서울 여성의 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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