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무연고 무덤 작업은 무덤의 사연에 가끔은 궁금증은 있었으나 이것을 알아가는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구교도소 사형수 무연고 무덤과 선감학원 사건 무연고 무덤들은 ‘대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을 변화 시켰다. 생각은 ‘연고에 대한 질문’과 ‘현재에서 지워진 과거와 사라져 가는 기억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였다. 이 두 장소는 <백비_기억하는 풍경>을 제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백비_기억하는 풍경>은 제주 4.3(1947~1954)에 관한 것으로 대한민국 근 현대사 중 6.25전쟁(1950~1953)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많았던 사건이다. 제주도는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4.3 평화 기념관에 큰 하얀 비석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백비는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고 뉘어져 있다. 까닭은 아직도 진상규명을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모든 장소가 사람들이 죽은 곳이라고 해서 제주 섬 자체를 무덤이라고 한다. 하지만 죽음이 있었던 장소는 마을의 돌, 바다, 바람, 나무들로 오직 풍경만이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워진 과거와 사라져 가는 기억들을 찾기 위해 홀로그램으로 백비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두 개의 스크린을 통해서 작품을 보게 된다. 배경이 되는 스크린에는 사람들이 죽었던 장소(풍경)가 나오고 홀로그램의 스크린에는 백비와 장소 설명(텍스트)이 교대로 보여준다.
비문이 없는 홀로그램 백비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체가 되었다. 홀로그램은 홀로(전체) + 그램(메시지)를 의미한다. 즉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백비는 인간의 삶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죽음(전체)+기억(메시지)’을 상징한다. 그래서 나는 이 백비를 죽음을 기억하고 있는 풍경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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