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원에는 무덤, 비석, 비석에 새겨진 비문, 그리고 조화(弔花)등이 있다. 나는 이 중에서 조화를 찍고 있다. 조화를 촬영하게 된 것은 묘원에 있는 다양한 조화를 보면서 망자에 대한 기억을 생각하게 되었다. 조화는 가짜로 만든 꽃이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생명이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묘원을 찾을 때 조화를 가져다 놓는다. 이유는 생화는 금방 시들고 자주 찾아 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화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든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찾지 않은 무덤의 조화는 생화의 시든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시든 조화를 보면서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으로부터“잊혀 짐-망각”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잊혀 짐”은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고 희미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묘원에 있는 조화를 찍을 때 장 노출을 주고 촬영을 하였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셔터를 열고 노출을 주는 기법으로 시간의 궤적을 담을 수 있는 기술이다. 본인이 장 노출을 선택한 것은 생명이 없는 조화에 대해 시간의 흔적-망각의 시간을 담고 싶었고 또한 그 시간의 흔적은 죽은 자가 바라본 살아 있는 자에 대한 기다림의 표현이다.
|